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옛날얘기'에 해당되는 글 1건


하루키의 글과 의미없는 기억의 글, 그리고 시.
Posted by 기차니스트


오랜만이야, 라고 나는 말했다. 아니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그녀의 필드 유리판에 손을 얹었다. 유리는 얼음처럼 싸늘하고,
내손의 온기는 하얗게 김 서린 열 개의 손가락 자국을 거기에 남겻다.
그녀가 간신히 눈을 떴다는 듯 내게 미소짓는다. 정겨운 미소였다.
나도 미소로 답한다.

꽤 오랫동안 못 만난 것 같군요, 라고 그녀가 말한다. 나는 생각하는 척하며
손가락을 꼽아본다. 3년 정도지. 눈 깜짝할 사이야.

우리는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잠시 말을 잊는다. 찻집이라면
커피를 홀짝거리거나, 손가락으로 레이스 커튼을 만지작거릴 장면이다.

종종 네 생각을 해, 라고 나는 말한다.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비참한 기분이 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음, 잠 못이루는 밤에, 라고 나는 되풀이한다. 그녀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안 추워요? 라고 그녀가 묻는다.
춥지, 아주추워.
너무 오래 있지 않는편이 좋겠어요. 당신은 견디기 힘들 거예요.
그렇겠지, 라고 나는 대답한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들이마신다.
게임 안 해요? 라고 그녀가 묻는다.
안 해, 라고 나는 대답한다.
왜죠?
16만 5천이 내 최고 스코어였어. 기억하고 있나?
물론 기억하고 잇죠. 나의 최고 스코어이기도 했으니까.
그 숫자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 라고 나는 말한다.
그녀는 말이 없다. 열 개의 보너스 라이트만이 천천히 오르 내리며 점멸을
계속하고 잇다. 나는 발 밑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왜 왔는데요?
네가 불렀어.
내가 불렀다구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쑥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그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불렀는지도.
얼마나 찾아 다녔다구.
고마워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무슨 말이든 해봐요.
많은 것들이 변하고 말앗어, 라고 나는 말한다. 네가 있었던 게임 센터 자리는
올 나이트 도넛 숍이 되었어. 커피는 지독하게 맛이 없고.
그렇게 맛이 없어요?
옛날, 디즈니의 동물 영화에서 죽어가는 얼룩말이 꼭 그런 색의 오줌을 마셨더랬지.
그녀는 쿡쿡웃었다. 아주 근사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난 그거리가 싫었어요,라고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모든게 조잡하고, 더럽고....
그런 시대였던 거야.
그녀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지금 뭐하는데?
번역 일.
소설?
아니, 라고 나는 말한다. 하루하루 거품 같은 것들뿐이지 뭐.
이 시궁창의 물을 저 시궁창으로 옮긴다, 그뿐이야.
재미없어요?
글쎄? 그러고 보니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군.
여자는?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쌍둥이랑 지내고 있어. 커피를 아주 맛있게 끓이지.
그녀는 생긋 미소지은 채, 한동안 허공으로 눈길을 주었다.
왠지 이상해요. 모든 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듯한 기분이에요.
아니지, 정말 있었던 일이야. 다만 사라지고 말았지.
괴로워요?
아니, 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에서 생겨난 것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지,
그뿐이지 뭐.
우리는 또다시 침묵하였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오래 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따스한 상념의 몇몇 편린은 오랜 빛처럼
내 마음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헤매이고 있다. 그리하여 죽음이 나를 포획하고,
다시금 무의 도가니로 던져질 때까지의 짧은 순간을, 나는 그 빛과 함께 할 것이다.
이제 가는 편이 좋겠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과연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냉기가 혹독해졌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담배를 밟아 껐다.
만나러 와주어서 고마웠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제 못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잘 지내요.
나도 고마웠어, 라고 나는 말한다. 안녕.



ㅡ 내가 걷고 있는 이곳은 자주 다니던 거리여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골목길로 접어 드는 곳의 자그마하고 예쁜 커피숍,
그 골목을 따라 왔다갔다 하며 정신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는 곳에는 만남이 있겠고, 이별이 있겠고,.

몇몇의 연인들이 내 주위를 멤돌다가 그들이 갈곳을 향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또, 몇몇의 연인들은 거리에 가만히 서서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며,
짜증을 내고 싸웠다. 정신없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거리에서 말이다.
골목길로 접어드는 자그마하고 예쁜 까페앞 횡단보도를 건널때,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횡단보도 끝에 있는 서점이었던가.

언젠가 난 그 작은 서점 앞에 서서
너를 기다리며, 너를 생각하고, 너를 추억한 적이 있었다.

너와 내가 지나던 그 거리를 비켜 추억하지 않기 위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너를 기다리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던 서점의 그 자리에서 다시 추억에 잠겼다.
무척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거리에서, 그 사람 하나하나에 네 얼굴을 띄워 생각해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이 너인지 아닌지 가려 내보기도 하고
결국, 그곳에서 너를 찾지도 못했고 내가 갈곳이 어딘지도 몰랐기에
발걸음 닿는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언제 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었어.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던걸.
무작정 기다리는건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약속을 그르치지 않잖아.

꽤나 추운 거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체온을 발산하는 것을 막기위해 두터운
옷을 입고 있었고, 보이는 거라곤 그들의 반짝 거리는 눈동자가 약간 보이는 정도였다.

그 거리를 걸어서, 많은 사람들 사이로 널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네 어색하지 앟은 미소가 비춰지던 자그마한 유리.
네 체온이 아직도 남겨져 있을 것 같은, 너와 내가 자리했던 곳.
가벼운 걸음으로 걷던 너와 내가 있던 거리.

"우리는 또다시 침묵하였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오래 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따스한 상념의 몇몇 편린은 오랜 빛처럼
내 마음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헤매이고 있다. 그리하여 죽음이 나를 포획하고,
다시금 무의 도가니로 던져질 때까지의 짧은 순간을, 나는 그 빛과 함께 할 것이다. "

결국, 그곳에서 너를 찾지도 못했고 내가 갈곳이 어딘지도 몰랐기에
발걸음 닿는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순간에
나는 꿈을 꾸었고
행복했다.

혼자였지만
늘 같은 한구석 허전한
귀가길이었지만

나는 꿈을 꾸었고
행복했고
설레었다.

겨울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이제는.

마음 구석 서랍에서 꺼내어보며
늘상 따듯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옛날 이야기 찾다가 싸이월드 게시판에서 가져온 것.

중간의 글은 제가 쓴거에요. 비오는 날보다 눈 내리는 날 기억나는 그 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트랙백 주소 :: http://iu1.kr/trackback/16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echo 2007/10/29 0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미없는 기억의 글은 아닌것 같은데,,.



"댓글은 자신을 알리는 얼굴입니다 :) 영리목적의 음란/스팸댓글을 거부합니다. 2007/8/18"
매천번째 댓글러에게는 영화예매권도 제공하고 있으니, 많이 많이 써주세요^^

기차니스트의 너와 내가 원하는 무엇 - 구독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호기심 많은 대학생으로 블로그를 처음 만들때, 갖었던 생각인 '내가 궁금하면 다른 사람도 궁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온갖 잡학을 다 넣으려고 했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데에도 많은 시간과 여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블로그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독해주신다면 좀 더 좋은 기회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 리더에 추가 피쉬로 구독 위자드닷컴에서 구독 Add to Technorati Favorites

기차니스트의 Flcikr 사진 엿보기.
www.flickr.com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 본선진출작을 소개합니다. 및 근황.

오늘은 대한민국 영화계의 미래를 밝게 해줄 작품이 있어서 소개할까합니다. 현재 파란 푸딩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8회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인데요. 이미 본선진출작들은 뽑혀져서, 파란 푸딩사이트 - http://puddi..

아름다운 가게 에코파티메아리 - Behind Story전 열려.. 0830-0910 in 갤러리 헛 near 홍대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지요? 9월부터 다시 본격적인 블로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득이 하게, 내일 행사가 잡혀 있는 에코파티 메아리의 행사가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아름다운 가게 에코파티 메아리의 Behind Stor..

NeMAF 2008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에 초대합니다. >_<

안녕하세요 :) 기찬청년 기차니스트입니다. 저는 이번에 홍대 주변에서 열리는 제8회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에 홍보팀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글인데다가 뜬금없긴 하겠지만 >문화< 를 좋아하는 여러분들께 송구스럽게 소개..

비타민
비타민 2008/08/06

비타민, originally uploaded by 기차니스트. 사실, 난 비타민제 과다복용자다. 비타민을 통해서 흡수되는 비타민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그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서기전과 자기전에..

이전페이지 1 다음페이지
사이드바 열기
TISTORY 2007 우수블로그

0

Daum 블로거뉴스
website stats 믹시 블로그코리아
강자이너 일대기 핸과 짱의 즐거운 이야기 핸짱닷컴페니웨이™의 In This Film 엠의세계친절한루인 호박툰
데뜸배너 절찬리 배포중!